JUNIOR 96/5월호
 　

▶ 아이돌 / 가요계 능선을 단숨에 점령한 두 명의 꼬마람보 ◀

아직도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바로 올초에 혜성같이 나타나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은 기존 가수들을 불안하게 만들어버린 깜찍한 꼬마듀엣의 폭발적인 인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말이다. 외국에서 태어나 우리의 문화를 거의 접하지 못한 이들이기에 늘 어디를 가더라도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아이돌'. '바우와우'에 이어 두번째 후속곡인 '꿈속의 그녀'를 다양한 형태로 리믹스해 그 열풍을 몰고 가고 있는 '아이돌'과 5명의 순정파 소녀팬들과 함께 신세대 레저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는 가상전쟁체험인 서바이벌 게임을 배워보았다. (글/여병구 기사, 사진/이원기 기자)

[앗! 혁준이와 세성이가 결투를 벌였다.]
　최근 남북한간의 긴장감이 고조돼 있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혁준이와 세성이가 홀연히 일어서 총을 잡았다. 내 조국은 내가 지킨다는 결연한 각오로 가수직을 포기하고 군에 자원 입대를… 이 아니고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레저스포츠인 서바이벌 게임을 배우기 위해서지롱~
　지난 4월 7일 바람 한 점 안부는 따뜻한 봄날에 경기도 남양주군 와부읍에 위치한 가상전쟁체험장에 빡빡한 스케줄에 시달려 몹시 지쳐 있는 '아이돌'이 몸을 화끈하게 풀기 위해 나타났다. 어디서 빌렸는지 나이에 안어울리게 군복바지와 군화를 갖춰 입은 '아이돌'은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부렸으나 잠시 후 흡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까만색 특공대 복장의 3명의 교관이 나타나자 슬슬 겁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 여러분은 지옥의 시간으로 온 것입니다. 이 게임은 절대 장난이 아닙니다. 내가 지시하는대로 따라하지 않으면 호된 기합을 주겠습니다. 자, 이제부터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조교, 준비시켜!"
　교관의 쩌렁쩌렁한 훈시에 몇몇 여학생팬들은 지레 겁을 먹고 기권을 하겠다고 울상을 지었지만 '아이돌'이 유격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더니 이내 용기를 내어 꼭 옆에 붙어서 끝까지 따라했다. 기본적인 훈련이 끝나자 본 게임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서바이벌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로는 총과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헬맷, 장갑, 조끼 등이 필수적인 장비로 꼭 갖춰야 하되 기타 호루라기와 완장(팀 식별띠)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비를 모두 지급받은 '아이돌'과 팬들은 영락없는 특공대원들이 돼 있었다. 마침내 전투준비 끝!
　'아이돌'과 5명의 팬들이 서로 적이 되어 각자의 진지에서 전투를 벌이기 위해 엄폐물로 몸을 숨겼다. 드디어 교관의 신호가 떨어진 순간 '아이돌'과 5명의 팬들은 사정없이 총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숫적으로 열세인 '아이돌'은 처음에는 밀리는 듯했으나 무서울 정도로 전열을 가다듬고 그 이쁘디 이쁜 팬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물리쳤다. 특히 혁준이는 교관들도 놀라워할 정도로 정확한 몸동작과 정교한 사격술을 보였는데, "예, 제가요. LA에 있을 때 서바이벌 해봤어요. 그런데 한동안 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왠지 잘되는데요. 정말 재밌어요. 근데 팬들한테는 정말 미안한데요." (옆에서는 5명의 팬들이 온몸이 물감으로 뒤범벅이 된 채 '아이돌'을 원망스럽게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듯. 여자의 마음이란…)
　재밌다고 또 다른 전투를 하자고 혁준이와 세성이는 교관에게 졸랐지만 팬들은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그래서 교관은 혁준이와 세성이의 일대일 전투를 제안했다. 다섯발을 먼저 맞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순간, 둘 사이에는 묘한 감정의 기운이 오갔고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각자의 진지로 돌아가 전투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교관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둘은 정말 뭐 튀기는 싸움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혁준이는 람보처럼 총을 겨누며 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옮겨 다니며 세성이의 진지로 다가갔고 세성이는 겁을 먹었는지 자기의 진지에 숨어서 총만 내놓고 아무데나 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혁준이의 정교한 사격술에 제대로 총 쏠 기회를 갖지 못한 세성이는 결국 혁준이의 총탄을 머리에 정확히 맞았고 게임은 혁준이의 일방적인 승리. 혁준이는 자신의 총에 빗맞은 것 빼고는 한 방도 안맞았고 세성이는 다섯 발은 물론 머리에 총탄을 맞아 물감이 흥건히 젖은 채 억울한 표정을 지었는데, "혁준이형. 한 번 더 해! 평소에 나한테 감정이 많았나봐. 이렇게 인정사정 없이 총을 쏘다니… 알았어! 이번엔 나도 안봐주겠어(열받은 세성이)."
　이렇게 해서 또 다시 대결을 하게 됐는데 이번 대결은 'OK목장의 결투'라고 둘이 등을 맞대고 각자 열발자국을 걸어간 다음 즉시 뒤돌아서서 누가 먼저 쏘는가하는 게임이다. 이윽고 등을 맞댄 순간 모두 숨을 죽였고 시간은 멈춘 듯했다. 1, 2 … 9 드디어 돌아선 순간 세성이는 재빠르게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몸을 돌려 혁준이의 몸에 큼직한 물감 자국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해서 무승부가 된 '아이돌'. 마지막으로 결판을 내라고 기자가 유혹을 했지만 세성이는 "오우, 싫어요. 무승부가 좋아요. 왜 꼭 승부를 가려야 되나요? 혁준이형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지금 이대로가 얼마나 보기 좋아요? 전 못해요. 그렇지, 형?" (참 내, 아까는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우더니 웬 변덕?)
　좀 더 하자고 '아이돌'과 팬들이 졸라댔지만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해 오늘의 게임을 마무리할 상황이 왔다. 기자가 찬찬히 '아이돌'과 팬들을 살펴보니 온몸이 물감으로 얼룩져 있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알 수 있었다(역시 애들이라 노는 것을 좋아하는구먼).

[폭발적인 인기를 더해가는 가상전쟁체험 서바이벌]
　서바이벌의 역사는 세계 2차 대전 종전 후 전장의 화약냄새를 잊지 못한 퇴역군인들이 주축이 되어 미국에서 'WAR GAME'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실제의 총과 공포탄, 각종 차량(전차, 항공기)을 동원해 실제의 전쟁을 재현하고자 했지만 승부를 가릴 수 없고 전쟁터의 스릴을 느끼기 힘들어 잠시 중단했다가 1970년대 중반에 '페인트 볼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90년대초에 선보였는데 '총포, 도검, 화약류 단속법 시행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작된 모의총으로 규칙을 정하여 게임을 즐기고 있고 갈수록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서바이벌 게임을 하게끔 도와준 거산 레저이벤트의 권기호씨는 "서바이벌 게임은 양심을 기본으로 하는 경기입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전원이 심판관이 되는 것이죠. 본인 스스로가 총알에 맞았을 때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인정을 해야 합니다. 총알을 맞고도 경기에 계속 임하게 된다면 경기에 열중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스포츠로서의 모의전투가 아닌 어린 아이들의 전쟁놀이에 그치게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처음 하시는 분들이 총알에 맞으면 아프지 않냐고 하시는데 총알은 약간의 충격을 받으면 터지는 고무물감으로 제작되어 있어 다치지 않습니다. 단, 10m 이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대의 얼굴에 대고 쏘면 위험합니다. 그래서 교장 안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감은 한 번 물에 빨면 깨끗하게 지워지죠."
　서바이벌은 전신운동은 물론 군대를 갔다오지 않은 여성들에게 간접적인 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게임의 방법도 람보전, 깃발 탈취전, 전멸전, 릴레이 게임, 스파이 게임, 저격 게임, 포로구출 게임 등 수십가지의 다양한 게임들이 있어 각 회사나 학교, 모임 등에서 수련회 명목으로 신청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리믹스한 '꿈속의 그녀'로 가속행진중인 두 꼬마신사의 최대의 고민]
　'바우와우'로 데뷔해 가히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이 그 인기의 댓가로 톡톡한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데 그 루머로는 혁준이가 국내의 일반 고등학교로 편입한다, 세성이가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내용으로 팬들의 전화가 빗발치는데 이 모든 것이 '아이돌'을 너무 사랑하는 팬들의 지나친 관심이 변질되어 나타난 것이다. 혁준이가 다니는 외국 학교는 일반 학교로의 전학이 학칙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세성이는 방송활동 때문에 수업에 많이 빠진 관계로 성적이 다소 떨어져 과외를 받지 않으면 유급 당할 처지에 놓여 있어 스케줄이 끝나면 저녁 12시까지 과외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못사귄단다.
　최근 '아이돌'에게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이들의 인기가 너무 높은지라 각 방송사에서 게스트나 패널로 영입하여 연기를 너무 많이 시켜서 정작 자신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는 못부르고 있어 무척 짜증이 난다고 혁준이는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노래지 연기가 아니예요. 자꾸 연기만 강요하니 우리가 가수인지 탤런트인지 어떨 땐 착각을 하곤 해요. 이제 앞으론 노래에만 전념하고 싶어요."
　어쨌든 인기가 많아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이돌'. '바우와우'에 이어 두번째 후속곡인 '꿈속의 그녀'를 댄스풍으로 리믹스해 주목을 끌고 있는데 부디 '아이돌'이 그토록 원하는, 마음 편히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일일동행 / 서아람, 변재혜, 박희선, 김경란, 이진영]
　"우리가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이돌'과 함께 서바이벌 게임을 하다니 정말 기분이 최고예요. 실제로 보니까 너무너무 귀여운 거 있죠? 아까 게임중에 우리를 무차별 공격해 우리가 완패를 했지만 상관없어요. '아이돌'은 운동도 잘하고 총도 잘 쏘고 매력만점이예요. 지금 이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특히 혁준이오빠 정말 람보같았어요. 이런 기회를 준 '주니어'에게 정말 감사를 드리구요. '아이돌'의 앞길에 행운만이 함께 하기를 빌게요. 오늘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아이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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