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던 그룹 '아이돌'의 인기행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17일 멤버
가운데 한 명인 이세성이 급성 맹장염으로 쓰러져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것.
이세성이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지난 12일 KBS 오락 프로그램 '슈퍼 선데이'의 녹화도중
갑자기 배가 아프면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런 증상은 몇분간 계속됐다. "처음에는 너무
아팠는데 조금 지나니까 괜찮았어요. '슈퍼 선데이'가 끝나고 MBC '1318 힘을 내'를 녹화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구요. 그때까지는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어요." (취재/이한경 기자,
사진/프리랜서 정진경)
['쇼! 뮤직탱크' 녹화 도중 쓰러져]
통증은 이튿날 KBS 'FM 인기가요'의 공개방송을 위해 안동에 내려갔을 때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통증의 강도가 훨씬 강해 녹화가 끝나는 즉시 병원을 찾았다.
당시 진단은 맹장 부분에 이상이 있는 듯하나 과로가 더 큰 원인이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담당의사는 서울로 돌아가는 즉시 정밀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미 잡혀있던 빡빡한 스케줄에 쫓겨 정밀검사는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찾아왔던 통증이 더이상 없었던 것도 병원에 가는 일을 미루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지난 16일 KMTV '쇼! 뮤직탱크'의 녹화도중 사고가 발생했다. 그날 오전부터 식은땀을 흘리며
통증을 호소하던 그가 녹화를 끝내고 대기실로 돌아온 순간 기절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기절한 것은 아주 잠깐이었어요. 기절했다가 깨어났을 때는 통증이 덜 했구요. 원래는 그날 병원을
찾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늦어서 못갔어요. 다음날은 학교에도 안가고 일어나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향했어요."
오전 10시 30분 논현동에 위치한 한사랑병원에 도착해 정밀검사를 받고 난 결과는 급성맹장. 수술은
당일 오후 2시에 시작해 3시 30분쯤 끝이 났다. 수술실을 나온 의사는 "조금만 늦었어도 맹장이 터져
큰일날 뻔했다."고 소견을 밝혔다.
[수술 직전까지도 유명세 치러]
그는 수술을 받기 직전까지 남는 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못했다. 이미 그는 아이들만의 스타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 손으로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병원을 찾은 어른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어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수술 도중 마취가 풀려 깨어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너무 아파 죽을지도 모른다며 갖은 엄살을 부렸다. 그래서 그는 병원에서
'국제적인 엄살꾼'으로 통했다.
6시쯤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들린 말은 '세성아, 고맙다'였다. 그가 수술하는 동안 옆에 있었던
최혁준이 던진 첫마디였다.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그동안 단 한차례의
휴식기도 갖지 못했던 것이다.
"혁준이형이 너무 얄미웠어요. 깨자마자 물이 너무 먹고 싶어서 물을 찾았는데 먹으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혁준이형이 옆에서 물을 마시면서 '맛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기운이 없어서
때리지도 못하고 막 괴로워만 했어요."
맹장수술을 한 17일에는 단 한 번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밤새도록 잠이 들만하면 통증이 찾아와
간호사를 불러 진통제를 맞아야 했던 것이다. 입원실로 옮기면서부터 맞기 시작한 링거 주사도 이튿날
밤 10시가 되서야 뗄 수 있었다.
['쇼! 뮤직탱크'로 활동 재개]
그는 병원에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았다. 병문안을 오겠다는 사람들에게 내건 선물은 엉뚱하게도
펠레펠레바지. 평소 긴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던 모습을 못마땅해하던 외할머니가 그가 없는 사이에
길이를 줄여 그의 표현을 빌면 '반바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혁준은 이튿날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녹화를 끝낸 후에도 찾아왔다. 최혁준은 이세성의
안부보다는 먹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냉장고에서 솜사탕을 찾아낸 그는 이세성 앞에서 먹기
시작했다.
"어제는 너무 좋았어요. 오랜만에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세성이가 고맙기까지 했죠. 그런데 아니에요.
이제는 병원으로 출근하거든요. 내일도 인터뷰가 있어서 또 와야 해요."
일단 이세성은 지난 20일에 퇴원을 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 다행히 경과가 좋아
같은 날 롯데월드에서 열린 SBS '기쁜 우리 젊은 날'의 공개방송에 참가했던 '아이돌'은 오는 23일
KMTV '쇼! 뮤직탱크'를 시작으로 TV활동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