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LIFE 96/10월호
 　

▶ 비장의 2집 준비에 여념없는 아이돌 ◀

아직까지도 한국말을 더듬거리지만 심성 하나는 KS마크인 세성이. 어리다고 얕잡아봤다가는 큰코 다칠만큼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신중한 혁준이. 개학을 해 학년이 바뀌고 세성이는 새 학교로 전학해 적응하기에 한창 바쁘다는데. 2집 작업을 하느라 학교 끝나자마자 녹음실로 직행하는 아이돌을 만나 2집 중간점검을 해봤다. (취재/한진 기자, 사진/ 윤우택 기자)

　얼굴 본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아이돌을 본지가 꽤 된 것 같다. 역시 방송매체의 힘이 크긴 큰가? 아이돌이 언제 다시 나오냐는 문의엽서가 쇄도하고 아이돌 앞으로 쓴 어린 팬들의 팬레터가 안쓰럽다. 혁준이와 세성이에게로 보내는 애틋한 사연들은 계속 이어지는데 아이돌은 예정대로 10월에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인지?
　"조금 늦어졌어요. 예정대로라면 이쯤에서 녹음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아직 곡도 5곡밖에 안나왔고 가사도 못붙였거든요."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아이돌이 팬들보다 더하다. 댄스팀의 경우 공백기를 너무 오래 가지면 인기의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대부분 2개월을 안넘기려는 것이 통례다. 더군다나 방학기간내에 끝내려했던 앨범작업이 늦어지니 아이돌은 학교가랴 녹음실가랴 더 조급한 것.

[새 학교로 진학한 세성이, 유명세 때문에 스쿨버스에서 쫓겨난 사연]
　세성이는 이번 학기부터 다른 학교로 통학을 한다. 원래는 혁준이가 다니는 서울 인터내셔널 스쿨로 진학을 하려했으나 최근 역이민자 수가 늘어나 가장 근래에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 순으로 입학생을 받아들였단다. 세성이가 한국에 들어온지 벌써 몇해가 지났으니 진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하에 아카데미스쿨서 추천한 Korean Foreign School로 입학했다. 세성이는 9월 9일부터 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구의동 어린이회관 안에 있는 KFS는 올해 신설된 학교로 ABC반까지 있는 아담한 학교. 세성이는 9학년에 진학했는데 12학년까지 이수하면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돼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세성이는 옮긴 학교가 어떠냐고 묻자 "친구들도 잘해주고 시설도 좋아 마음에 들어요. 근데 농구장이 없어서 아쉬워요."라며 농구장만 있으면 더 좋았을 거라며 투정이다. 세성이의 반은 남학생이 20명, 여학생이 10명으로 총 30명이라고. 여전히 여드름 투성이인 세성이는 얼마전, 입학하자마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세성이가 입학한 때가 공교롭게도 소풍시즌이라 어린이대공원으로 소풍 온 학생들이 세성이를 보고(학교가 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다) 스쿨버스에 달라붙어 버스의 앞뒤 범퍼가 다 부숴지는 일이 발생했다. 화가 난 스쿨버스 기사아저씨는 "세성이 너 이제부터 걸어다니든지, 택시 타고 다니든지 하여간 넌 안태워준다"고 했다는데 세성이는 유명세를 학교에서까지 치뤄야하냐며 우울해했다. 그렇다가 기가 죽을 세성이가 아니지? 그날 이후로 세성이는 기사아저씨에게 마실 것도 사다주며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대해 지금은 아저씨랑 둘도 없이 친한 사이가 됐단다. 세성이가 겪은 에피소드는 또 있는데 이번엔 혁준이 때문에 당한 일.
　"우리반에 굉장히 뚱뚱한 여자애가 있거든요. 근데 그 애가 계속 나한테 친한 척을 하는 거예요. 왜 그러나했더니 자기가 혁준이형을 디게 좋아한다면서 '혁준이오빠 어때? 착해? 빨래판이지?'하며 수업시간에 계속 말을 시키지 뭐예요. 대답 안해주면 연예인이라고 잰다고 욕할까봐 '그래, 착해. 빨래판 아니야'라고 대답해주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근신 먹었잖아요."

[공인으로서 행동하기 새삼 힘들어…]
　학기가 바뀌고나서 골치가 아픈 건 혁준이도 마찬가지. 혁준이는 알다시피 서울 인터내셔널 스쿨에 재학중인데 이들이 다니는 외국인학교는 원래 교칙이 엄한데 학기가 바뀌고 나서 더 엄해졌단다. 어느 정도냐면 귀걸이 한 거 3번 걸리면 퇴학, 통 큰 바지 입거나 수업중에 턱을 괴고 있거나 캡모자를 쓰면 근신, 한국말 쓰면 역시 근신이다(학교 선생님들이 한국말을 못쓰기 때문에 행여 학생들이 선생님 욕을 할까봐 못쓰게 하는 것이란다). 때문에 혁준이는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머리가 아플 지경. 더군다나 여름방학 때 미국 가서 귀를 뚫었는데 학교 갈 때는 귀걸이를 안하고 가는데도 선생님들이 볼 때마다 귀만 쳐다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혁준이는 학교에서 데이빗(형석), 진명, 마이클이라는 친구들과 가장 친한데 그래서 요즘 이 4명이 소위 선생님들한테 '찍힌' 인물이 됐다.
　"스트레스의 80%는 학교에서 받는 것 같아요. 제 다리가 가늘어서 통 작은 바지는 원래 안입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라는 혁준이는 특히 연예인이기 때문에 겪는 유명세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든 규제라며 이만저만 속상한 게 아니다. 때문에 요즘엔 2배로 피곤하다는 아이돌은 얼굴도 가리고 다니고 또래 친구들처럼 마음놓고 놀지도 못하는 연예인생활에 새삼 회의를 느낀다는데 그래서 '아이돌이 가수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가 퍼지기도 했다. 세성이는 행여 학교에서 학생과 어깨를 부딪히기라도 하면 아이돌이 싸움했다고 소문나고 여학생을 도와주면 누구 좋아한다고 소문나서 행동도 맘대로 못한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정말 가수 그만두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알죠?"

[11월 본격 활동 재개, 혁준이 자작곡 '기대작']
　계획보다는 늦어졌지만 아이돌은 10월중으로 녹음을 끝내고 11월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음악은 마이애미 베이스와 정글하우스, 테크노가 주류를 이루는데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타이틀곡은 정글하우스곡이 유력하다. 전체 곡 구성중 랩의 비중이 커져 절반 이상이 랩으로 짜여지는데 멜로디를 타면서 하는 랩이라 지루하지는 않을거라고. 세성이의 역할이 더 커진 셈인데 세성이는 2집에서도 역시 노래는 하지않고 랩부분만 한다. 그리고! 드디어 혁준이가 쓴 곡이 나왔다는데 마이애미 장르에 BPM이 130으로 굉장히 빠른 이곡은 혁준이가 멜로디를 잡고 디렉터 박근태씨가 편곡을 한 기대작이다.
　"비트가 강하고 무조건 특이한 것보다는 심플한 스타일이 좋아요. 작곡을 할려고 그때그때 음을 잡아 머리속에 20개 정도 넣어놨거든요. 근데 자고 일어나보니까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생각끝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멜로디를 제 삐삐 음성메시지에다 녹음을 해가며 만들었어요."
　혁준이는 평소에 워낙 많은 음악을 들어버릇해 영감이 뛰어난 편인데 단지 악기로 그 음을 찍어내는 작업은 못해 혁준이가 멜로디를 잡아 흥얼흥얼거리면 박근태씨가 악보로 옮겨주는 작업을 했다. 혁준이는 곡에서 영어부분의 랩을 직접 쓰기도 했다.
　안무는 아직 곡이 나오지않은 상태니 어떤 식으로 갈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 상태. 세성이는 기본적인 것만 익히고 나름대로 춤연습을 하고 있다. 요즘엔 터보와 인순이 춤을 자주 따라해 매니저가 '백댄서 할거냐'고 놀려대기도 한다.
　"귀여운 이미지에서 탈피해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려구요. 이제까지는 저희가 부족해도 어리다는 이유로 귀엽게 봐주셨는데 이제는 저희도 2집을 내는 '프로'잖아요. 2집 앨범은 저희 또래 팬들은 물론 대학생 누나 형들까지 살만큼 좋은 앨범을 만들게요."
　또래의 신인팀들이 많이 나와 긴장되지 않느냐는 말에 "그래야 우리도 자극받고 더 열심히 하죠."라고 제법 의젓하게 대답하는 아이돌. 그사이 175cm로 자랐다는 혁준이의 키처럼 이들의 음악도 한층 성숙해졌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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