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데뷔식을 마치고 잠시 브라운관을 떠나있는 아이돌. 알려진대로 최혁준 이세성 두 남자는
학교 다니랴, 2집 작업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사이 두 남자 모두 한학년씩
진급해 진짜 고교생그룹의 틀을 갖추기도 했다. 2집 발표와 동시에 성숙한 진짜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아이돌. 도대체 요즘 이들의 주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오는 10월말
발표를 목표로 앨범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그들이 그 비밀스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취재/문영애 기자, 사진/정진경 기자)
[D-Day 70일 전 / 모범생이 되느냐 스타가 되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 최혁준]
8월 20일. 오늘은 신나는 개학날. 미국이나 한국이나 우리 학생들에게 개학은 정말 끔찍한
일이겠지만 세성이와 나에게 오늘만은 좀 특별한 날이다. 한국의 고등학교와는 달리 외국인학교는
여름방학을 마치면 한학년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나는 10학년(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어린애처럼만 보이던 세성이도 어엿한 고등학생이 된 것이다.
이런 뜻깊은 날, 난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맛봐야만 했다. 한마디로 학교에서 찍힌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친구 두 명(우리 학교는 1학년부터 10학년까지 있어 한반이 그대로
진급하는데 이 두 친구가 나의 '최측근' 친구라고 말할 수 있다)과 난 개학 첫날부터 엄청난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담임선생님 왈, "통넓은 바지 입지 말 것, 긴 헤어스타일은 빠른 시일 내로 짧게 정리할 것, 결석
다섯번은 곧 퇴학으로 생각할 것, 특히 너 최혁준!" Oh, My God! 신이시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이 날벼락은 나에게만 떨어진 것 같지는 않았다.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세성이가 숨을
헐떡이며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형, 클났어. 클났어. 우린 이제 죽었다."
세성이는 이날 굉장히 멋을 부리고 학교에 갔단다. 왜냐하면 고등학생이 되는 첫날이자 전학한
새 학교(원래 세성이는 우리 학교나 연희동에 있는 외국인 학교에 가려고했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결국
구의동에 있는 KFS(Korea Foreign School)로 결정했다)에 등교하는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 만난 담임 선생님은 세성이에게 그 학교에서는 더이상 가수로서의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단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 담임 선생님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지 정말 놀랍다.
세성이와 나는 한참동안 해결책을 찾았지만 결론은 우리 힘으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대학을 생각하면 2집 활동이 걱정되기도 한다.
아! 착한 모범생이 되느냐,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되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D-Day 55일 전 / 2집 앨범에서는 나도 한몫을 하고야말거다 - 이세성]
사람들은 요즘 나를 보고 얼굴이 피었다느니, 여유로워 보인다느니, 예전보다 편해져 좋아보인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정말 속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얼마나 끓는지….
사람들이야 방송활동을 안하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혁준이형과 난 지난 1집 활동을
했던 때보다 몇배는 더 힘들게 살고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7시 30분까지 등교하면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다. 예전에는 일이 있을 때마다 눈치껏 교문을 나왔지만 이제는
꿈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나를 반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삼촌(다들 알겠지만
이 삼촌은 우리 삼촌이 아니라 혁준이형 삼촌이다)이다. 2집 작업실로 쓰고있는 논현동 연습실로 나를
픽업하기 위해서다.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다시 새벽 1시.
휴! 신세타령은 그만, 오늘 나에겐 일대의 '사건'이 있었다. 점심시간쯤이었나? 내 호출기에
정체불명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호출기가 힘차게 울려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마이애미풍의 경쾌한
멜로디가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로 담겨져 있었다. 짧은 멜로디였지만 계속 머리속을 맴돌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삼촌과 함께 작업실에 들어서는데 그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그 멜로디는 혁준이형이 넣어둔 메시지였다. 혁준이형은 2집에 자작곡을 넣기 위해 한참 멜로디를
생각해놓곤 했는데 늘 금세 까먹자 드디어 이런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형은 이 노래를 자기가 만든 첫곡의 의미로 'Born'이라 불렀고 작곡가 박근태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나도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샘이 나기도 했다. 물론 2집에서는 노래와 랩의
비율이 반반이라 내 역할도 커지지만 말이다.
오늘 하루의 일로 나는 또 한번 굳은 결심을 했다. 형처럼 작곡을 하지는 않지만 나도 이번 앨범에서
꼭 한몫을 하고야 말거라고. 열심히 노력해서 멋진 랩퍼가 되고야말겠다!
[D-Day 40일 전 / 이제 하나가 되어 '귀여운 아이돌'을 거부한다 - 최혁준 & 이세성]
며칠전부터 우리는 본격적인 녹음에 들어갔다. 작곡가 선생님들이 써 준 네 곡과 'Born'이 요즘
녹음하고 있는 곡들이다. 아직까지는 30~40%밖에 완성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느낌이 좋다. 물론
힙합과 솔, 마이애미 비트, 마이애미 펑크 등 음악적인 면에서도 자신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둘의
호흡이 정상궤도에 올라온 것이다. 그렇다고 예전엔 비정상이진 않았지만.
사실 우리 둘은 성격도 다르고 바이오 리듬도 너무 달라 한쪽이 기분이 좋으면 꼭 한쪽이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곧잘 기자누나나 형들로부터 피곤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그 고질병이 2집 작업을
하면서 싹 고쳐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이젠 매니저 기영이형이랑 우리랑 라이프 사이클이 정반대가
됐다는 것이지만….
아마도 우리가 너무 많이 커버린 것 같다. 너무 바빠 몰랐는데 기영이형 표현으로는 우리 둘 다 지금
사춘기란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2집 앨범의 분위기는 좀 어둡다. 물론 주된 곡들은
거의 다 댄스곡으로 꾸며지지만 1집에서처럼 'BOW WOW'나 '꿈속의 그녀'와 같은 분위기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가사도 단순히 하이틴 취향에서 벗어나 진정 우리가 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담을 생각이다.
우리도 마냥 어린애가 아니니까.
아직은 이른 말이지만 더이상 귀여운 아이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귀여운 아이돌'이 아닌 '멋진
남자, 멋진 뮤지션'으로 탄생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곧 그런
모습으로 여러분들을 찾아갈 것이다. 앞으로 D-Day 4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