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96/11월호
 　

▶ 2집 프로젝트 및 컴백일지 / IDOL ◀



여덟달 전, 통넓은 바지와 헐렁한 티셔츠, 귀엽고 앙증맞은 노래로 찾아왔던 아이돌. 이들이 100일간의 산고 끝에 두번째 창조물을 들고 나타났다. 어느새 총만 하나 들면 전쟁터에 나설 것만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두 남자. 'ID 2'라는 암호 아래 짜여진 아이돌의 작전명령을 해부해보자. (취재/문영애 기자, 사진/정진경 기자)

　"오래 기다리셨죠? 10월 24일, 저희가 찾아갑니다!" 백일동안의 '잠수'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돌의 첫인사다. 그러나 방긋 웃으며 나타난 최혁준 이세성의 모습은 깜짝 놀라고도 남을만하다. 힙합바지가 아닌 알록달록한 군복에 올백으로 넘긴 이세성의 머리까지, 이만저만한 변화가 아니다.
　놀라지 마시라! 외형적인 변신은 11월초 발매될 2집 앨범 'ID 2'를 위해 세운 세가지 작전명령 중의 하나일뿐이라는데…. 과연 두 남자가 세운 세가지 작전명령은 무엇일까?

[작전명령 1. 장르의 벽을 뛰어넘어라.]
　지난 8월, 작곡가 박근태씨의 지도 아래 잠적까지 단행하며 낮과 밤을 매달렸던 아이돌의 새 앨범의 실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앨범명은 'ID 2'. 항간에는 아이돌의 영문자 중 D를 가운데 놓고 12곡의 수록곡 표시를 앞뒤에 붙여 만들어졌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문일뿐이다. 'ID 2'라는 앨범타이틀은 얼마전 개봉한 영화'인디펜던스 데이'의 약자이기도 한 'ID 4'에서 힌트를 얻은 것.
　11월초 발표될 'ID 2'는 인트로를 포함해 총 11곡의 수록곡이 담길 예정. 현재(10월 18일) 8곡의 녹음이 끝났고 나머지 3곡은 녹음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 타이틀곡 '환상체험'과 최혁준의 작곡가 데뷔곡인 '귀여운 악마' 그리고 윤일상이 작곡한 느린 하우스곡이 그 3곡.
　작업이 완료된 8곡으로 볼 때 아이돌 2집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여러가지 장르를 담고 있다는 것. 마이애미 댄스로 치우쳤던 1집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마이애미 하우스의 타이틀곡 '환상체험'은 앨범 전체 디렉팅을 책임진 박근태씨의 곡으로 첫 입맞춤에 대한 체험을 그대로 표현했다. 절반 이상이 영어랩으로 구성된 'Be My Guest'. 특히 이곡의 3절 랩가사는 최혁준이 직접 썼는데, 그 내용은 랩을 너무 잘해 마이크가 부서진다는 뜻이란다. 레게와 갱스터가 결합된 '이럴 수가'는 아랍 분위기의 꺽이는 멜로디가 특징인 곡으로 녹음작업 중 두 남자가 가장 고생한 곡이다. '눈'은 'ID 2'의 유일한 발라드곡이자 여성작곡가가 만든 곡으로 '해가 감기들도록 눈이 내린 날'로 시작되는 가사가 아이돌의 풋풋한 느낌을 전하고 있다. 수록곡 중 가장 실험성 짙은 곡으로 손꼽히는 '도사'는 정글에 새로운 리듬을 가미시켰다. 특히 '오대산 지리산 계룡산 남산'으로 시작되는 랩부분에서는 대한민국 땅에 있는 유명한 산의 이름이 다 들어가있다고 랩퍼 이세성은 소개한다. '건망증'은 라틴 테크노곡으로 이세성도 직접 노래를 부른 세 곡('눈', '건망증', '환상체험') 중의 한 곡이다. 이밖에도 엇갈린 사랑이야기를 노래한 '3인4각'과 랩과 멜로디가 상상과 결과로 뒤엉킨 '어쨌건'이 완성된 곡이다.
　라틴 테크노에서 마이애미 록까지 뛰어든 아이돌, 벌써부터 그들의 작전결과가 궁금해진다.

[작전명령 2. 남성적인 매력을 펼쳐라.]
　2집 작업에 들어갈 당시 아이돌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좀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느냐'였다. 최연소 그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등장했던 것만큼 아이돌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앳된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춘기의 고비를 넘어서고 있는 최혁준 이세성, 두 남자는 그야말로 '남자'이길 원한다.
　두 남자가 머리를 맞대고 짜낸 'ID 2'의 패션 테마는 밀리터리 룩. 최근 유행이 어떻든 군복패션은 두 소년을 어른으로 만들어주기에 안성맞춤이다. 터프하고, 야성미 있고…. 밀리터리 룩과 아이돌이라, 도무지 매치가 안되는 두 단어는 그렇게 결합했다. 언제 군대를 갈지 모르니까 지금 실컷 입어보는 거라며 능청을 떨지만 각진 어깨선과 알록달록한 무늬, 헐렁한 바지가 얼핏 보기에도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긴다. 당장 군대에 보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새 패션 프로젝트에 맞추어 아이돌은 최근 새로운 코디네이터를 구해 2집 패션 구상에 한창이다. 확인된 바로는 'ID 2'의 밀리터리 패션은 압구정동에 위치한 'US Cargo'에서 협찬을 해준다고. 그러나 코디네이터의 말을 빌자면 최혁준과 이세성 모두 각자의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상은 제작을 하게 될 거라고.
　코디네이터만큼 요즘 최혁준과 이세성도 바쁘다. 'ID 2' 패션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창조해야만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이세성이 뒷머리를 싹둑 잘라 밀어올리고 앞머리를 올백으로 넘기는 충격적인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섰다. 최혁준 역시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구상중이다. 하고 싶은 스타일은 레게퍼머이지만 외부 압력으로 인해 힘들 것 같다는 게 솔직한 고백. 어쨌든 밀리터리 헤어스타일을 찾기 위해 두 남자의 머리카락은 한동안 수난을 겪을 듯싶다.

[작전명령 3. 낮에는 학생, 밤에만 가수]
　두 달 동안 아이돌은 또 하나의 결심을 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학교 수업만은 받고야 말겠노라고. 요즘 이들의 '생활고'야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본인들은 그 심각성에 대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한다. 1집 때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학교 출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가 이제서야 나타난 것이다. 호의적인 선생님들께서도 결석 다섯번이면 퇴학이라는 교칙이 생긴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
　학교 교칙도 교칙이지만 최혁준 이세성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처음 가수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부모님과 했던 약속이 그것이다. 대학 진학에는 문제가 되지 않게 활동하겠다는 약속. 둘 다 모두 미국 대학 진학을 원하고 있어 학교 성적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집 활동 틈틈히 과외도 하고 밤새워 숙제도 해봤지만 역시 수업을 빠지고서는 친구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아이돌을 그리워하던 팬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ID 2'의 활동은 1집 때에 비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모든 활동은 두 남자의 수업이 끝난 후부터 시작될 것이므로. 결국 두 남자는 낮에는 학생으로 밤에는 가수로 활동을 해야 될 운명. 가능한 한 고정패널은 피하고 주로 가요 프로그램 위주로 출연한다는 것이 이들의 활동전략이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의 컴백 스케줄도 가능한 한 하루 한 건 이상의 스케줄은 잡지 않았다. 팬들이야 다소 서운하겠지만 진정으로 아이돌을 사랑해준다면 이해해주리라 믿고 있다.
　아이돌의 첫 무대는 10월 24일 '충전 100%쇼'로 잡혔다. 아이돌에게는 근 100여일만에 팬들 앞에 나서는 날이고, 팬들로서는 아이돌의 세가지 작전명령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다. 최혁준 이세성 두 남자도, 이들을 기다리는 수많은 팬들도 이날의 '환상체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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