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97/2월호
 　

▶ IDOL / 대관령 고개에 얽힌 환상 속의 'Love Story' 대공개 ◀



아이돌이 출장을 떠났다. 출장지는 대관령 고개. 출장명령은 'Love Story' 뮤직 비디오 촬영. 한 많은 아리랑 고개도 아닌 대관령의 한 목장에서 출장 중인 아이돌이 러브 레터를 보내왔다. 최혁준과 이세성, 대관령 고개에 묻고 온 두 남자의 못다 이룬 러브 스토리를 VIEW 카메라에 담았다. (취재/문영애 기자, 사진/정진경 기자)

[프롤로그 / 흰눈 속에 묻어둔 못다한 사랑 얘기]
　첫사랑. 누구의 가슴에도 애잔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작은 상처. 결코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는 첫사랑을 아이돌이 몸소 겪고 돌아왔다. 최혁준과 이세성, 비록 어린 두 사내지만 그렇다고 아직까지 첫사랑의 상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그 친구와의 가슴 아픈 사연이 못다 이룬 사랑처럼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데….
　첫사랑의 아픔을 겪어 본 두 사내가 2집 'ID 2'에 담긴 'Love Story' 뮤직 비디오 촬영차 먼 여행길에 올랐다. 후속곡은 아니지만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이 겨울에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남기겠다는 것.
　최혁준, 이세성 두 사내가 한 소녀와 만든 러브 스토리. 하얀 눈이 더욱 눈부시게 빛나던 그날의 풍경을 담아 보았다. 대관령 고개에서 아이돌이 그린 흰눈 속의 러브 스토리와 대관령 고개에 묻어두고 온 못다한 사연들.

[사연1 / 잠꾸러기의 눈에 비친 신세계]
　지난 1월 10일. 아이돌이 2집 수록곡 'Love Story' 뮤직 비디오 촬영차 출장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대관령 고개. 먼 행선지에 당일 코스로 짜여진 스케줄로 촬영팀과 아이돌 그리고 동행취재로 따라붙은 VIEW는 이른 새벽부터 잠을 설쳐야만 했다.
　약속시간은 새벽 6시. 깜깜한 어둠 속의 양재동 톨게이트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순간, 아무리 찾아도 이날의 주인공인 아이돌은 보이지 않는다. 벤은 약속시간에서 15분 가량 지난 후에야 빼꼼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지각생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은 여전히 꿈나라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모습. 잠자는 아이들을 깨울 틈도, 왜 늦었는지 이유를 들을 틈도 없이 촬영팀과 취재차량은 아이돌이 나타남과 동시에 머나먼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대관령 고개는 너무도 먼 곳이었기에.
　오전 9시 30분경, 세 시간을 달린 후에야 흙빛 한 점 없이 새하얀 대관령 삼양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제야 먼저 잠에서 깨어나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이세성, "와! 저 눈 좀 봐. 이게 꿈인가? 형, 일어나. 여기 정말 캡이다!"

[사연2 / 눈싸움터로 변한 대관령 삼양목장]
　이세성의 비명에 깨어난 최혁준 역시 유난히 환한 햇살에 눈부시도록 흰빛을 바라던 세상에 놀라는 눈치. 곧 두 사내는 약속이나 한 듯, 벤에서 내리자마자 눈싸움을 시작. 이날 촬영을 맡은 홍종호감독도, 매니저 김기영씨도 그리고 불쌍한 VIEW 취재팀도 이들이 던지는 눈덩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하얀 세상을 보고 놀라는 아이돌보다 더 놀라는 사람은 이들에게 갑작스런 눈 공격을 받아야만 했던 사람들이었다. 아이돌이 그렇게 흥분한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두 사내는 이렇게 눈이 많이 쌓여 있는 풍경은 처음이었다고. 특히 브라질에서 태어난 이세성은 연이은 감탄을 쏟아 놓았고 최혁준은 이미 준비해 온 스노우 보드를 꺼내놓고 벌써부터 대기하고 있는데.
　아이돌이 그토록 신나했던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뮤직 비디오 촬영 그 자체도 두 사내에게는 신나는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었다. 아이돌의 데뷔곡이자 공전의 히트곡인 1집 타이틀곡 'BOW WOW'에 이어 아주 오랜만에 뮤직 비디오 촬영길에 오른 것. 게다가 세트에서 촬영을 마친 그때와는 달리 이미 매니저가 스키장에서 촬영한다고 부풀려 얘기까지 해놓은 후였단다. 그리고 또 하나, 이날 촬영팀 차량에는 예쁜 미모의 동갑내기 여학생까지 동행했으니….

[사연3 / 우정이냐 사랑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 아이돌의 'Love Story'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테마다. 불행히도 최혁준과 이세성은 뮤직 비디오 안에서도 가슴 아픈 사랑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이날 최혁준과 이세성, 두 사내의 가슴을 사무치게 만든 주인공은 올해 열여덟살의 김민선양. 현재 양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는 이미 코나의 뮤직 비디오와 스크림의 '스무살의 비망록'이라는 곡의 뮤직 비디오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인물. 동갑내기 최혁준도, 한 살 연하인 이세성도 이날의 파트너가 싫지 않은 눈치다.
　그러나 야릇한 첫사랑에는 기다림이 필요한 법. 'Love Story' 뮤직 비디오의 첫 신은 노래하는 장면부터. 뮤직 비디오계에 정평이 나 있는 홍종호 감독이 안내하는 장소로 따라가는 두 사내의 표정이 이미 예전과 달라지기 시작. 이유인즉 흰눈밭은 보기에는 좋았지만 발걸음을 떼일 때마다 허벅지까지 눈속에 파묻혀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것도 잠시, 비록 발은 꽁꽁 얼었지만 난생 처음 눈밭에 서 있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는지 금세 눈밭을 뒹굴고 있다. 이곳이 아이돌의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인지, 영화 'Love Story' 촬영 현장인지 모두들 어리둥절.

[사연4 / 오후에 맛본 아침식사와 화장실 사건]
　눈속에서 약 세 시간 동안 뛰어 놀던(?) 아이돌. 슬슬 지쳐 가는 표정이 역력한데, 그도 그럴 게 쌀쌀한 날씨에 이미 몸은 얼음 덩어리가 되었고 아침부터 한 끼도 못먹은 뱃속이 쓰리기 시작한 것.
　그러나 기다리던 점심식사시간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고 배는 점점 더 고파만 가는데. 이유인즉, 촬영지가 워낙 외진 곳이라 시내까지는 차로 40분 이상이 걸리는 것. 이미 두 시간 전에 식사 특공대를 보냈지만 눈길 사이로 약 20여분 식사를 조달하기에는 쉽지가 않았다. 결국 두 시간을 기다린 후, 밥알이 불어버린 볶음밥을 하나씩 챙길 수 있었지만 추위에 떨던 이들에게 부푼 밥알은 산해진미보다 더욱 맛있는 것!
　맛있게 먹긴 먹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새벽부터 서두른 탓에 모두들 '볼 일'을 보지 못한 것. 한겨울 깊은 산속에 옹달샘도 있을 리 없고…. 결국 힘을 합쳐 최상의 화장실 찾기에 나섰다.
　가장 먼저 쓸만한 화장실을 찾은 인물은 바로 최혁준의 삼촌. '급한' 사람들이 제각기 벤에 몸을 싣고 꼬불꼬불 고개를 넘었는데, 아무도 '볼 일'을 보지 못한 채 다시 벤에 올랐다. 이유는 제각기 상상하시길! 벤에 오른 사람들 모두 삼촌을 보며 "삼촌, 아까 그거 삼촌 짓이죠?"

[사연5 / 아이돌에서 서태지와 아이들로의 변신]
　드디어 이날 아이돌이 가장 기다렸을 신이 벌어졌다. 예쁜 여자친구와 스노우 보드를 타며 눈속을 거니는 장면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 최혁준은 이미 촬영장 한쪽에 준비해 놓은 스노우 보드를 끌고 고개를 향해 올라섰고 이세성 역시 멋진 젠틀맨이 되어 숙녀를 에스코트해가며 고지를 향해 가고 있다.
　고지에 오른 후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각기 달랐는데, 우선 스노우 보드의 주인인 최혁준은 멋지게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고 동생인 이세성은 뒤에서 형을 밀어주는 역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행운이 찾아왔다. 최혁준이 스노우 보드를 탈 동안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김민선양과 이야기를 하는 역이 끼어 있었기 때문.
　그러나 아무리 즐거운 일도 여러번 하면 지겨운 법. 촬영분 중 자유로운 분위기가 최대한 살아나는 다른 장면에 비해 NG가 드물었지만 편집을 위한 몇번의 되풀이가 시작되자 스노우 보드를 끌고 올라가는 최혁준의 모습도, 그의 등을 떠미는 이세성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를 의식한 스태프 왈, "얘들아!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멋지게 내려와봐."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날 아이돌의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은 서태지와 아이들 'Free Style' 뮤직 비디오 촬영이 이루어졌던 곳. 이 말과 동시에 아이돌은 다시 처음처럼 멋진 포즈를 취하기 시작, 이들의 열의로 '아이돌'이 '서태지와 아이들'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에필로그 / 못다 이룬 첫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추억]
　꿈속에서나 볼 수 있던 스키장을 기대하며 벤에 올랐던 아이돌. 비록 스키는 탈 수 없었지만, 스키장의 풍요로움을 즐길 수도 없었지만, 저물어 가는 대관령의 노을을 뒤로하는 이들의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얼룩졌던 촬영임에도 아이돌은 '아마, 죽을 때까지 못잊을 거예요.'라며 흰눈속에 묻어 놓은 사연들을 소중히 가슴 속에 담고 돌아왔다. 비록 예전에도 못이룬 첫사랑을 이번에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든 것이다.
　'Love Story'처럼 해가 감기 들도록 추웠던 그날, 최혁준과 이세성 두 사내가 만들어낸 새하얀 러브 스토리가 또 어떤 러브 레터를 남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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