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준이와 세성이는 "Bye. Bye, Always!"란 말로 자신들의 은퇴 소감을 대신했다. 아이돌은 '파스텔'이
창간된 후 단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취재를 한 유일한 연예인이다. "만세"를 하라면 "망세"를 하는 아이
이세성. 질문을 던지면 대답보다 먼저 "그거 아니고"라며 말머리를 시작하는 최혁준. 아이돌과
'파스텔'이 함께한 순간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팬여러분, 아이돌을 잊지 말아주세요."
(취재/경영오 기자, 사진/이재하 기자)
그러나 "남자 맹장은 오른쪽에 있다."며 어떤 목소리 큰 분(?)이 근거 없는 낭설을 퍼뜨린 것. 그래서
세성이의 배앓이는 '급체'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했다. 그때 한쪽에 얌전히 앉아 있던 혁준이가 "나도
아픈데."라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어린 아이 둘이 모두 "아프다."고 하자 어른들이 긴장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 특히 매니저인 김기영씨는 '이게 무슨 일이지? 아이들이 동시에 식중독이라도
일으킨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혁준에게 다가가 "어디가 아프냐?"고 묻자 혁준이는 울상을 지으며
"금방 춤추고 났더니 발가락이 화끈거리고 아프다."며 엄살을 떨었던 것. 이 한마디로 방송국은 금방
웃음바다가 되었고 배를 움켜쥐고 있던 세성이조차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세성이는 몇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그 병원 그 병실에 입원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두번째 입원은 세성이의 부주의가 원인.
방송국에서 이미 자타가 인정하는 장난꾸러기 세성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것. 세성이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기자에게 세성이는 "누나,
이제 다시는 축구 하지 않을 거예요."라며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얼마나 아팠으면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라는 생각에 상황설명을 부탁했더니 세성이는 약간은 과장섞인 얘기를 털어놓았다.
"운동장에 쓰러지는 순간,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교실안에 있던
아이들이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을 정도였다."라고 했다. 아무튼 세성이의 다리부상으로 아이돌의
일본 진출 계획과 영상집 출간, '바우와우'의 후속곡인 '꿈속의 그녀'의 뮤직비디오 촬영 등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리고 세성이가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혁준이는 혼자서 예정돼 있는 스케줄들을 감당했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2집 때는 나도 병원에 입원해볼까?'라는 철없는 생각을 했다는 것.
[세성이의 아픈 다리가 다 낫고 아이돌이 여름방학을 맞았을 때,]
이들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발을 짚고 미국으로 떠난 세성이는 "미국에서 돌아온 후
그동안 정들었던 목발을 '파스텔' 독자들께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덜렁이 세성이는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이미 목발과는 '아듀'를 한 상태.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세성이는 "목발을
어디다 두고 왔는지 모르겠다."며 떠날 때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거기다 혁준이는 "'파스텔' 독자들을 위해 사진 좀 찍어오라."는 특명을 받고 자신의 숨은 사진실력을
발휘했으나 '파스텔' 기자의 손에 필름이 전해지기 직전 사고가 발생해 아이돌의 미국여행 사진은 단
한 장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친지들 그리고 한국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아왔는데…"라며 아쉬워하던 혁준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지난 여름, 강화도 청소년 심신 수련장에서의 여름 캠프 현장은]
많은 추억들을 남긴 자리였다. 2박 3일 동안 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세성이는 수영도 하고 뻘에서
진흙 맛사지(?)도 했다. 특히 취재를 위해 달려간 기자들에게 진흙공세를 펼치던 세성이는 끝내
부시맨이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도 혁준이는 온몸에 진흙 한 점을 묻히지 않았다. "여름캠프까지
따라왔는데 혁준이가 놀아주지 않는다."며 팬들은 투정을 했고 보다못한 기자가 혁준이에게 "너도
세성이처럼 뻘에 들어가서 놀아."라고 했다. 그러자 혁준이는 "누나가 먼저 뻘에 들어가면 나도
들어가고 누나가 안들어가면 나도 안들어갈래요."라며 물귀신 작전을 쓰는 것. 덕분에 기자는 팬들에게
둘러싸여 "뻘에 들어가라."며 고문을 당했고 혁준은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렸다.
[1996년 여름을 보내며 아이돌은 외적으로 무척 성장했다.]
혁준이는 180cm를 육박하는 꺽다리가 되었고 세성이는 하나 둘 피어나던 여드름이 얼굴을 온통
뒤덮어버리는 슬픈 일이 발생했다. 2집 음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아이돌은 이미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9월말 경 발표하려던 앨범이 10월에서 다시 11월로 미뤄지자 더이상 방송활동을 미룰 수
없다는 소속사의 의견에 따라 아이돌의 2집 음반이 완성되기도 전에 미리 방송활동을 시작한 것.
아이돌의 2집 음반 작업과정에서 '파스텔'은 인터뷰를 위해 아이돌의 노래가 녹음되고 있는
광화문 스튜디오를 방문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그 스케줄은 세성이의 개인적인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아이돌의
은퇴설은 그때부터 준비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아이돌은 2집 음반을 준비하면서도 "학교 때문에 걱정이다."라는 말을 자주했다. 지금 아이돌이
은퇴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학교문제'인 점을 감안할 때 아이돌은 2집 음반을 준비하면서도
학교와의 갈등이 심했던 모양이다.
['환상체험'으로 2집 앨범 활동을 활발히 시작한 아이돌은]
방송과 모든 인터뷰 스케줄을 '방과후'로 정하는 등 학교생활과 연예활동을 접목시키기에 노력했다.
"엄격해진 교칙을 지켜가며 가수생활을 한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는 하루하루…
이런 중에 세성이가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싸움을 벌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세성이의 말을 빌자면
"내 옆에서 싸우길래 일부러 비켜다니기까지 했는데 이런 나를 두고 싸움꾼이라고 하다니 너무
억울하다."며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도 금방 "누나, 영턱스 클럽의 '정' 불러줄까?"라며
댄스까지 곁들인 이세성식 '정'을 불러주기도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아이돌은 캐롤 음반도 발표했다.]
아이돌의 캐롤 음반은 2집 앨범 작업과 함께 이뤄졌던 일. 아이돌의 캐롤 음반 발표를 축하하기
위해 '파스텔' 사진 촬영중 눈 스프레이를 뿌리자 혁준과 세성은 "갑자기 크리스마스가 된 것 같다."며
서로에게 눈을 뿌리고 손안에 가득 담긴 가짜 눈을 들고 눈싸움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치고 돌아갈 때는 촬영하고 남은 눈 스프레이를 주머니 가득 담아가며 "스키장 가고 싶다."는
노래(?)를 불렀다.
[더운 나라에서만 살았던 세성이는 올해로 눈구경을 한지 3년이 됐다.]
그래서 눈썰매는 물론 스키와 스노우 보드 등 겨울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혁준이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겨울 스포츠에 만능이었고 특히 스노우 보드는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한다. '이렇게
실력차가 두드러진 세성이와 혁준이가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눈썰매'라고 판단한
매니저의 배려로 아이돌은 방송출연을 위해 원정간 용평스키장에서 '눈썰매 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날은 아이돌의 2집 활동 때부터 함께 한 메이크업 & 코디네이터 누나와 헤어지는 날이기도 해
혁준과 세성에게는 보다 뜻깊은 자리였다.
[지난 1월 17일부터 2박 3일 동안 경기도 지산리조트에서 있었던]
아이돌과 팬들의 겨울캠프가 아이돌을 아끼는 팬들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지산리조트에서 만난 혁준과 세성은 서로의 놀이기구와 씨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던 것.
캠프장에서 처음으로 스키를 배우고 있다는 세성이는 오전부터 시작된 스키강습을 받느라 얼굴이 발갛게
얼어 있었고 스노우 보드광인 혁준은 이곳 스키장에서는 스노우 보드를 탈 수 없다는 말에 무척
실망하는 눈치. 이런 혁준과 세성을 따라잡는 아이돌팬들은 추위도 잊은 채 연신 싱글벙글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돌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얼마나 섭섭할까! 만약 겨울캠프를 끝으로 다시는
아이돌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팬들은 그렇게 쉽게 아이돌의 곁을 떠나지 못했을거다.
[일년하고도 열아홉날을 아이돌은 팬들과 함께 했다.]
국내 가요계에 '뉴키즈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지금 가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십대가수들의 선봉장이기도 한 아이돌의 모습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지만 384일 동안 울고 웃으며
팬들과 함께한 기억들은 소중한 추억이 되어 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있을거다.
